“고프코어(gorpcore)“라는 말은 2017년 뉴욕 매거진 The Cut에서 처음 쓰였다. 등산 배낭에 챙기는 견과류 간식 gorp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 옷들이 산에서 도심으로 건너온 길을 가장 오래, 가장 촘촘하게 닦아 놓은 도시는 도쿄다. 진구마에 몇 블록 안에 살로몬·골드윈·파타고니아 매장이 나란히 있고, 다이칸야마에서는 나나미카가 20년 넘게 본점을 지킨다.
이 옷들이 등산로에서 거리로 넘어오는 방식은 매장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기어의 성능을 그대로 둔 채 도시에 내려놓고, 어떤 곳은 실루엣만 남기고 기능을 덜어낸다. 그 번역의 결을 따라 아홉 매장을 나눠 읽는다.
기어의 성능을 그대로 옮긴 곳
nanamica MOUNTAIN — 도시 속 산장이라는 컨셉을 공간으로

2014년 12월 다이칸야마에 문을 연 nanamica의 스포츠·아웃도어 특화 매장이다. 간판 품목인 The North Face Purple Label은 나나미카와 골드윈이 2003년부터 함께 전개해온 일본 한정 협업 라인이다. 브랜드 배경과 공간 정보는 nanamica MOUNTAIN 매장 페이지에 있다.
THE NORTH FACE Mountain — 하이 알파인 기어의 최전선

일상복보다 서밋 시리즈 같은 고소 등반·극지 원정용 기어 비중이 훨씬 높은 컨셉스토어다. 1978년 골드윈이 일본에 The North Face를 처음 들여온 뒤로, 하라주쿠는 줄곧 이 브랜드의 일본 거점이었다. 매장 디자인의 배경은 THE NORTH FACE Mountain 매장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SALOMON Shibuya Store — 트레일에서 거리로 뻗은 두 층

2024년 11월 진구마에로 옮기면서 두 개 층으로 넓혔다. 1층은 트레일 러닝·하이킹 기어를 채운 퍼포먼스 공간, 2층은 MM6 Maison Margiela 콜라보 같은 어반 디자인 라인을 들인 스포츠스타일 존이다. 두 층의 관계는 SALOMON Shibuya Store 매장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세 매장은 기어의 기능 등급을 낮추지 않는다는 점이 같다. nanamica MOUNTAIN과 THE NORTH FACE Mountain은 같은 골드윈 계열 안에서 등급을 나눠 맡고, SALOMON은 한 건물 안에서 트레일과 도시를 층으로 갈라놓는다.
산과 도시를 같은 아이콘으로 잇는 곳
and wander MARUNOUCHI — 비즈니스 디스트릭트 한복판의 산

2011년 창업 이래 “산과 도시를 잇는다”는 명제를 지켜온 and wander가 도쿄 비즈니스 디스트릭트 한복판에 낸 거점이다. 정장 차림이 오가는 마루노우치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것 자체가 이 브랜드의 실험이다. 아이콘 시스템을 비롯한 브랜드 철학은 and wander MARUNOUCHI 매장 페이지에서.
and wander MIYASHITA PARK — 공원과 상업시설의 경계

시부야 미야시타파크 South 2층에 자리한 매장이다. 공원 덱과 상업 공간을 한데 묶은 복합시설이라는 입지가 아웃도어와 도시 패션을 잇는 브랜드 컨셉과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자세한 배경은 and wander MIYASHITA PARK 매장 페이지에 있다.
같은 브랜드가 내놓은 두 개의 번역이다. 마루노우치점은 비즈니스 정장 사이에서, 미야시타파크점은 공원 옆에서 같은 아이콘 시스템을 시험한다.
등산 대신 다른 야외 활동을 철학으로 삼는 곳
Patagonia Surf Tokyo — 서핑을 레저가 아니라 철학으로

파타고니아가 운영하는 서핑 특화 컨셉스토어다. 서프보드와 웻슈트를 사거나 데모 보드를 빌려 실제 바다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심 거점이다. 도쿄 파타고니아 매장 가운데 아웃렛 제품을 함께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브랜드 철학은 Patagonia Surf Tokyo 매장 페이지에서.
Patagonia Shibuya — 일본 거점으로서의 파타고니아

1988년 출범한 파타고니아 재팬의 핵심 거점이다.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두루 다루는 정규 라인업 매장으로, 서핑에 특화한 캣스트리트점과 역할을 나눈다. 자세한 정보는 Patagonia Shibuya 매장 페이지에 있다.
등산이 아니라 서핑을 축으로 세운다는 점에서 이 권역의 다른 아웃도어 매장과 결이 다르다. 파타고니아에게 아웃도어는 장르가 아니라 태도다. 두 매장이 그걸 나눠서 보여준다.
이 흐름이 시작된 곳
nanamica Daikanyama — 브랜드가 태어난 1호점

2003년 창업 직후부터 다이칸야마를 지켜온 nanamica의 본점이다. 같은 블록에 MOUNTAIN 매장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가 브랜드의 집중 거점이 됐다. 히스토리는 nanamica Daikanyama 매장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Goldwin Harajuku — 일본 아웃도어 산업의 뿌리

nanamica와 함께 The North Face Purple Label을 전개하는 바로 그 회사, Goldwin의 하라주쿠 직영점이다. 디자인은 nanamica가, 생산과 유통은 Goldwin이 맡는 구조에서 이 매장은 생산 축 쪽 얼굴에 해당한다. 창업 연혁을 포함한 브랜드 히스토리는 Goldwin Harajuku 매장 페이지에서.
다이칸야마의 nanamica와 하라주쿠의 Goldwin. 두 매장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협업 라인으로 묶여 있다. 이 관계가 지금 도쿄 고프코어의 상당 부분을 떠받친다.
이 아홉 매장, 한 루트로
기어의 성능을 그대로 옮긴 nanamica MOUNTAIN·THE NORTH FACE Mountain·SALOMON, 같은 아이콘 시스템을 도심 두 곳에서 시험하는 and wander, 서핑을 철학으로 세운 두 곳의 Patagonia,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이 시작된 nanamica Daikanyama와 Goldwin Harajuku까지. 등산 장비가 도심 패션 언어로 번역되는 지점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그 번역 방식의 차이가 곧 이 스타일축을 읽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