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 다카유키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디렉터다. 이 구분이 그저 겸손이 아니라는 걸 알려면 그가 만든 두 매장을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아오야마의 첫 플래그십과 2023년 문을 연 요요기 산구바시점은 같은 브랜드 이름을 달고도 서로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디렉터라는 자기규정

Graphpaper의 정체성·히스토리는 Graphpaper 브랜드 페이지에 정본으로 정리돼 있다. 여기서는 이 글의 각도 — 왜 한 디렉터가 두 개의 다른 공간을 원했는가 — 에 필요한 맥락만 짚는다.

미나미가 honeyee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그의 태도를 압축한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렉터다.” 그는 20세기에 남성복 디자인이 이미 소진됐다고 보고 작업한다. 새로 발명하기보다 이미 있는 좋은 형태를 어떻게 다시 배치하느냐, 그게 자기 몫이라는 뜻이다.

소재를 대하는 방식도 같은 태도에서 이어진다. Vanity Teen 인터뷰에서 그는 제작 과정의 약 70에서 80퍼센트를 소재 개발에 쓴다고 밝혔다. “디자인에서 출발해 패브릭을 고르는 게 아니라, 소재에서 출발해 그것이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를 묻는다”는 말도 같은 인터뷰에 있다.


아오야마 — 갤러리라는 원형

Graphpaper 아오야마 내부 — 스테인리스 카운터와 유리 진열창 너머의 행거
Graphpaper 아오야마 — 매장 페이지

아오야마 매장이 지금까지 특별한 것은 공간 자체가 브랜드 철학의 첫 번째 번역이기 때문이다. Graphpaper 공식 컨셉 페이지는 이 공간의 발상이 스위스 큐레이터 하랄드 제만, 그중에서도 그가 1969년 기획한 전설적인 전시 “When Attitudes Become Form”에서 왔다고 설명한다. 제만은 큐레이팅 자체를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다룬 인물이다. “어떠한 규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그의 태도가 미나미에게 고스란히 넘어왔다.

그 결과가 좌우 대칭의 중립적인 벽면이다. 황금비로 배치한 검은 캔버스 패널을 당겨 열면 그 안에서 상품이 드러난다. 패션과 예술과 제품 디자인을 위계 없이 나란히 두겠다는 발상을, 옷을 숨겼다 꺼내는 물리적 동작으로 옮겨놓았다.


요요기 — 패션 밖으로

Graphpaper Tokyo 산구바시 내부 — 인디고 셀비지 데님 재킷이 걸린 행거
Graphpaper Tokyo 산구바시 — 매장 페이지

2023년 6월, 미나미는 요요기 산구바시에 전혀 다른 실험을 열었다. 패션 매장 Graphpaper Tokyo, 갤러리·문화 공간 Vektor shop, 다이닝 공간 Yose Tokyo — 세 공간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는 복합시설이다. HOUYHNHNM 기사는 미나미의 의도를 “사방에 사각지대가 없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 전한다.

인테리어 피팅은 우치다 시게루가 맡았다. 스웨덴 가구·홈 브랜드 프라마와의 숍인숍도 함께 들어섰다. 아오야마가 옷 하나에 파고드는 갤러리였다면, 산구바시는 옷을 둘러싼 생활 전체를 한 공간에 펼치겠다는 그다음 언어다.


무엇을 봐야 하나 (에버그린 시그니처)

가격·재고는 매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시즌 변동이 큰 브랜드가 아니니, 대신 Graphpaper를 처음 보는 사람이 눈여겨볼 지점을 짚어둔다.

롱셀러 라인 — 세일 없음 정책 아래 시즌을 넘겨 계속 팔리는 아이템들이다. 미나미 본인이 “그렇게 자주 새 옷을 입지 않는다”고 말한 취향이 그대로 밴 카테고리다.

소재 우선 아이템 — 공정 대부분을 소재 개발에 쏟는 브랜드답게, 원단의 질감과 밀도를 직접 만져보고 판단하길 권한다. 실루엣보다 소재가 먼저 말을 건다.


아오야마에서 이어갈 곳

Graphpaper 아오야마 주변은 도보 거리에 미니멀·도메스틱 계열 매장이 몰려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같은 결의 브랜드를 이어서 보고 싶다면 동선을 넓혀볼 만하다.

이 루트를 동선에 담기


왜 지금 봐야 하나

미나미는 새로운 형태를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있는 것을 다시 배치해 다른 의미를 빚는 사람이다. 아오야마에서는 그 배치가 옷과 예술의 경계를 지우는 쪽으로, 요요기에서는 패션과 생활의 경계를 지우는 쪽으로 갔다. 두 매장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브랜드가 정작 다루는 것이 옷이 아니라 편집임이 또렷해진다.

Graphpaper 아오야마: 도쿄 시부야구 진구마에 5-36-6 케이리 맨션 1F·2F / 메이지진구마에역에서 도보 Graphpaper Tokyo(산구바시): 도쿄 시부야구 요요기 3-38-10 니시산도 맨션 2F / 산구바시역에서 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