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처럼 보인다. 유리와 강철로 된 6개 층, 60개가 넘는 브랜드, 럭셔리 거리 한복판.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면 그 짐작이 곧 깨진다. 층마다 마감이 다르고 진열 방식이 다르며, 어떤 코너는 상점이라기보다 설치미술 전시장에 가깝다. 이 어긋남이 곧 설계다. 꼼데가르송의 가와쿠보 레이가 이 공간을 “뷰티풀 카오스(beautiful chaos)“라 부르는 까닭이다.


어떤 곳인가

Dover Street Market Ginza의 정체성과 히스토리는 DSM 긴자 매장 페이지에 정본으로 정리돼 있다. 여기서는 이 아티클의 각도 — 왜 긴자였는가, 그리고 “뷰티풀 카오스”가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 에 필요한 맥락만 짚는다.

DSM은 2004년 런던에서 먼저 문을 열었고, 도쿄 긴자점은 해외로 나간 첫 확장점이었다. 레이 카와쿠보와 남편 에이드리언 조페가 오래전 런던 켄징턴 마켓에서 받은 인상 — 여러 개성이 한 지붕 아래 저마다의 방식으로 장사하던 풍경 — 을 다시 짜 넣으려 한 데서 DSM이 출발했다고 위키피디아는 정리한다. 긴자는 그 실험을 도쿄에서 되풀이할 무대였다. 두 사람의 근거지가 도쿄이기도 했고, 명품 거리로 이름난 긴자의 위상이야말로 “질서정연한 럭셔리”에 균열을 내기에 알맞은 배경이었다.


뷰티풀 카오스 — 원리로서의 무질서

Dover Street Market Ginza 내부 — 층마다 다른 방식으로 짜인 브랜드 진열
Dover Street Market Ginza 내부 진열

“뷰티풀 카오스”는 그저 수식어가 아니라 실제 운영 원리다. Wallpaper 기사에 따르면 DSM 긴자는 약 1,300제곱미터 공간에 60여 브랜드를 담으면서도 각 층을 조각 정원처럼 따로 큐레이션한다. 럭셔리 하우스와 스트릿웨어 브랜드가 위계 없이 나란히 선다. 매장이라기보다 “맛있는 무질서(delicious anarchy)“를 일부러 심어놓은 도시 같다는 게 이 매체의 표현이다.

이 무질서 뒤에는 손이 많이 간 구조가 숨어 있다. 교토 출신 조각가 코헤이 나와가 만든 설치작품 “Pulse”가 건물 곳곳, 각 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놓여 건축 설계의 일부처럼 자리한다. AnOther 인터뷰에서 가와쿠보는 이 공간을 만든 의도를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이 모여 만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감수성을 지닌 영혼들의 혼합”이라는 말로 풀어놓았다. 브랜드마다 자기 코너를 직접 디자인하게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통일된 매뉴얼 대신 각자의 자유를 열어둬서 나오는 결과물의 총합이 “카오스”라는 이름을 얻는다.


층을 오르내리며

DSM 긴자 공식 플로어가이드를 보면 층별 구성이 뚜렷하게 나뉜다. 1층은 럭셔리 메인 브랜드, 2층은 캐주얼·스포츠웨어 계열, 3층은 여성 디자이너 컬렉션, 4층은 라이프스타일·향수, 5층은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6층은 액세서리·주얼리 특화 공간, 7층은 문화·식음 공간(Rose Bakery 등)으로 이어진다.

층 구분은 있어도 이걸 쇼핑 동선 매뉴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DSM 긴자를 제대로 즐기려면 층을 목표 없이 오르내리며 예상 못 한 조합과 마주치는 편이 낫다. 매장 자체가 “이 브랜드는 이 층에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자주 깨도록 설계돼 있어서다.


긴자에서 이어갈 곳

DSM 긴자 하나만으로도 반나절이 훌쩍 간다. 긴자 권역에는 결이 다른 매장들이 도보 거리에 흩어져 있으니, DSM을 기점으로 동선을 넓혀봐도 좋다.

이 루트를 동선에 담기


왜 지금 봐야 하나

백화점 형식을 빌려 백화점의 문법을 깨는 공간. DSM 긴자가 2012년 문을 연 뒤로 지금까지 지켜온 태도다. 층마다 다시 짓는다는 원칙, 브랜드에 자유를 주는 진열, 위계를 지우는 배치 — 이 모두가 “카오스”라는 말로 뭉뚱그려지지만 실은 세밀하게 설계된 무질서다.

가와쿠보가 만들려 한 것은 정돈된 쇼핑몰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수성이 부딪히는 장소였다. 긴자 한복판에서 그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Dover Street Market Ginza: 도쿄 주오구 긴자 6-9-5 / 긴자역 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