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TAL을 한 곳에서 다 보겠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도쿄에만 매장이 여섯인데, 어느 하나도 옆 가게의 재고를 그대로 베끼지 않는다. 에비스에 셋, 롯폰기에 둘, 긴자에 하나. 저마다 라인도 성격도 갈라져 있다.

이 구조가 곧 KAPITAL을 읽는 단서다. 오카야마현 코지마에서 시작한 데님 공예를 도쿄에서는 한 매장에 욱여넣지 않고 라인별로 흩어놓았다. 본점이 전체를 아우르고, 두 곳의 “Legs”가 하의를, 두 곳의 데님 특화점이 각각 다른 결의 인디고를 맡는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신작이 아니라 아카이브에 매달린다.


본점 — 전 라인을 보는 유일한 곳

TOKYO NAKED STORE 에비스 — KAPITAL 도쿄 본점, 전 라인 진열
TOKYO NAKED STORE — 에비스미나미, 에비스역

에비스미나미 블록의 TOKYO NAKED STORE가 KAPITAL의 도쿄 직영 본점이다. 나머지 다섯 곳이 특정 라인에 매달리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컬렉션 전반을 훑을 수 있다. 브랜드 정체성과 히스토리는 KAPITAL 브랜드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KAPITAL을 처음 만난다면 이 매장부터 도는 게 맞다. 나머지 다섯 곳은 여기서 본 전체 그림에서 한 조각씩 떼어 깊이 파고드니까.


하의 전문 — 같은 이름, 다른 태도

Legs Craftsman (에비스) — 장인 제조에 집중

Legs Craftsman 에비스 — 데님 바텀스 전문 매장
Legs Craftsman — 에비스미나미, 에비스역

본점 바로 옆, 걸어서 닿는 거리의 하의 전문점이다. 이름 그대로 청바지·스커트 같은 바텀스의 장인 제조에 집중한다. 어떤 라인을 다루고 어떤 소재와 기법을 쓰는지는 Legs Craftsman 매장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밑단 수선도 상시 받는다. 사고 나면 끝이 아니라, 입는 내내 계속 손봐주겠다는 뜻이다.

Legs Roppongi — 같은 하의 전문, 다른 무드

KAPITAL Legs Roppongi — 롯폰기힐즈 힐사이드 1층, 협업 라인 중심 매장
Legs Roppongi — 롯폰기힐즈 힐사이드 1층, 롯폰기역

같은 “Legs”라는 이름을 달았어도 무게 중심은 다르다. 롯폰기힐즈라는 입지 탓인지, 여기서는 데님 장인정신 위에 KOUNTRY 리메이크 라인이나 밥 말리와의 협업 컬렉션 같은 팝적인 라인업이 함께 놓인다. 롯폰기힐즈 공식 소개도 이 매장을 KOUNTRY·밥 말리 협업의 거점으로 소개한다. 에비스 쪽이 공예 그 자체를 내민다면, 롯폰기 쪽은 그 공예 위에 얹힌 유희적 협업을 내민다.


데님 특화 — 다른 인디고, 다른 맥락

SOHO Roppongi — 롯폰기힐즈의 데님 거점

KAPITAL SOHO Roppongi 매장 내부 — 데님 중심 셀렉션
KAPITAL SOHO Roppongi — 롯폰기힐즈 힐사이드 1층, 롯폰기역

Legs Roppongi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어도 역할은 다르다. SOHO는 데님을 축으로 삼은 셀렉션을 따로 꾸린 직영점이다. 갤러리·레스토랑이 뒤섞인 롯폰기힐즈라는 복합 문화공간 안에서, KAPITAL 특유의 아트적 감각을 도시적으로 풀어낸 거점에 가깝다.

CENTURY DENIM GINZA 木挽町 — 한 라인만 전문으로

KAPITAL CENTURY DENIM GINZA 木挽町 — Century Denim 라인 전문 직영점
CENTURY DENIM GINZA 木挽町 — 긴자 1초메, 긴자역

여섯 매장 가운데 다루는 폭이 가장 좁은 곳이다. Century Denim 라인 하나만 전문으로 판다. 2012년 론칭된 이 라인은 유기 인디고에 감 타닌 코팅, 사시코 수리 기법을 더해 “백 년을 입는다”는 발상으로 만들어졌다. 2016년 8월, 가부키자 인근의 목수거리 木挽町에 문을 열었다. 에도 시대 목수 장인들이 모이던 동네라는 배경이 “전통 기술로 만든 물건”이라는 라인의 성격과 맞물린다.

같은 데님 특화점이라도 SOHO가 롯폰기힐즈의 어반한 맥락에 놓였다면, 이곳은 긴자의 장인 골목이라는 맥락에 놓였다. 입지가 라인의 성격을 한 번 더 대신 설명해준다.


아카이브 — 신작이 아니라 시간을 판다

duffle with kapital 매장 내부 — 니트 진열과 벽면 장식이 놓인 아카이브 스토어
duffle with kapital — 에비스미나미, 에비스역

에비스 블록의 세 번째 매장은 신작을 파는 곳이 아니다. 2004년 문을 연 duffle with kapital은 신작과 지난 시즌 아이템, 희귀 원피스를 한데 모은 아카이브 스토어다. 이름 “duffle”은 “다양한 것을 담고 싶다”는 뜻을 더플백 형태에서 따왔다. 공간이 어떻게 꾸며졌는지는 duffle with kapital 매장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진열 방식부터가 이미 하나의 전시에 가깝다.

KAPITAL은 일본 국내 셀렉트숍에 도매를 넘기지 않는 정책을 쓴다. 그래서 이 여섯 매장이 사실상 정규 취급처의 전부다. duffle은 그중에서도 과거 시즌의 물건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여섯 거점, 한 루트로

본점에서 전체 그림을 보고, 두 곳의 Legs에서 하의 장인정신과 협업 감각을 견줘보고, SOHO와 Century Denim에서 서로 다른 맥락의 데님을 짚은 뒤, 마지막으로 duffle에서 시간이 쌓인 아카이브를 본다. 이 순서로 걷다 보면 KAPITAL이 도쿄에 왜 매장을 하나로 합치지 않았는지가 발로 이해된다.

KAPITAL 도쿄 6개 매장 동선 빌더 화면 — 에비스·롯폰기·긴자 마커가 지도에 표시된 상태
KAPITAL 도쿄 6개 매장 동선 — 에비스·롯폰기·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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