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tter는 도쿄 편집숍·빈티지 큐레이션 가이드입니다. 백화점, 하이엔드 브랜드 등 큐레이션 범위 외 정보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정보만 다루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곧 철학이다. 'Or'는 original, 'Slow'는 느리게. 빠른 트렌드 사이클을 대놓고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나카츠 이치로(Ichiro Nakatsu)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준 데님 던가리스가 1960년대 Cone Mills 셀비지였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 물성의 기억이 출발점이다. 지금 우리가 입는 옷은 대부분 역사적 의류에서 진화한 것인 만큼, 새로운 것을 억지로 발명하기보다 그 원형에 충실한 편이 낫다고 본다. 데님이 닳으며 생기는 고유한 퇴색 패턴도 단순한 낡음이 아니라, 착용자의 삶이 새겨지는 과정이다. orSlow가 원하는 것은 트렌드가 아니라 착용자와의 오랜 관계다. 조용하고 절제된 디자인, 골동품 재봉틀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불규칙함. 그것이 'Or·Slow'의 답이다.
나카츠 이치로는 오사카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미국 데님과 밀리터리, 아웃도어, 워크웨어 빈티지를 모아왔다. 2005년 orSlow를 창립하고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의 공장과 협력해 생산을 시작했다. 구라시키의 공장들은 여전히 Reece·Singer·Union Special 같은 빈티지 재봉틀을 쓰고 있었는데, 나카츠는 이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불규칙함이 최신 기계보다 오히려 낫다고 봤다. 초기에는 그가 직접 가정 작업실에서 샘플을 만들었고, 지금도 니시노미야 작업실에서 많은 샘플을 손수 제작한다. 론칭 이후 BEAMS·SHIPS 같은 일본 주요 편집숍에 유통되면서 차분하지만 충성도 높은 팬층을 쌓았다. 2018년에 낸 첫 브랜드북은 20년 가까운 연혁을 한데 정리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