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tter는 도쿄 편집숍·빈티지 큐레이션 가이드입니다. 백화점, 하이엔드 브랜드 등 큐레이션 범위 외 정보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정보만 다루고 있습니다.
귀디는 대량생산과 트렌드에서 일부러 비켜서 있는 이탈리아 제혁·신발 브랜드다. 모태인 태너리가 백여 년간 쌓아온 베지터블 태닝 기술을 신발로 옮기면서, 신발을 다 만든 뒤 갑피와 밑창을 통째로 한 번에 물들이는 오브젝트 다잉(object-dyeing) 방식을 쓴다. 이 공정을 거치면 신발이 갓 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고 오래 신은 듯한 질감과 균일한 색을 얻는데, 창립자 루제로 귀디가 낡은 워커 부츠와 등산화의 헌 멋에 빠진 데서 시작된 접근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체 매장 없이 전 세계 130여 개의 엄선된 편집숍으로만 유통하는 도매 중심 구조도, 이 브랜드가 편집숍 신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귀디의 뿌리는 1896년 귀도 귀디, 조반니 로셀리니, 지노 울리보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페시아에 세운 태너리 '콘체리아 귀디 로셀리니'다. 이 지역은 중세부터 가죽 태닝 기술이 이어져 온 곳으로, 이 태너리는 이후 프라다, 메종 마르지엘라, 릭 오웬스 같은 하이패션 하우스에 가죽을 대왔다. 2000년대 초 루제로 귀디가 이 가죽 기술을 신발 라인으로 넓히는 실험에 나섰고, 당시 컬트 브랜드 카르페 디엠 출신의 알레시아 리기 아만테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신발 브랜드 귀디가 꼴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