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vim은 도쿄에 매장을 하나만 낼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듯하다. 오모테산도 상업건물 2층에는 브랜드 전체를 파는 정통 플래그십이 있다. 나카메구로 메구로강변에는 여성 라인만 다루는 개조 민가가 있고, 그 뒤편에는 물건을 사기보다 장인의 손을 구경하러 가는 공간이 따로 있다. 같은 브랜드인데 세 곳이 서로 다른 말투를 쓴다.
GYRE — 상업 플래그십, 전 라인을 파는 곳

오모테산도 GYRE 빌딩 2층. 네덜란드 건축그룹 MVRDV가 설계한 이 건물은 층마다 어긋나게 쌓아 올린 구조로 유명하다. “SHOP&THINK”라는 슬로건 아래 명품 브랜드와 갤러리, 컨셉숍이 모여 있다. visvim은 이곳에서 남성 라인 전체와 여성 라인 WMV, 풋웨어와 전 데님 품번까지 갖춘 정통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았다.
세 매장 가운데 유일하게 상업건물 안에 있고, 유일하게 브랜드 전체 라인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소재로 짠 발(暖簾), 류큐 석회암 바닥재, 그러모은 앤티크 가구와 예술 작품이 공간을 채운다. 브랜드 정체성과 히스토리는 visvim 브랜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WMV VISVIM TOKYO — 여성 라인의 공예 하우스

나카메구로 메구로강변으로 넘어오면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 WMV는 2013-14 시즌부터 시작된 visvim 여성 라인이다. 나카무라 히로키는 여성 체형과 발 형태에 맞춰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가 시장에 드물다고 느껴 이 라인을 따로 론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라인의 도쿄 거점이 바로 1970년대에 지어진 민가를 개조한 이 공간이다. 기둥과 들보, 지붕 골조를 그대로 살렸다. 후쿠이산 에치젠 와시 종이 미닫이문과 가나자와 장인의 회벽, 구리 지붕까지 일본 각지의 전통 기법이 한데 모였다. 매장 안에서는 little cloud coffee도 함께 운영한다. 공간을 채운 디테일은 WMV VISVIM TOKYO 매장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GYRE가 상업건물 안에서 브랜드 전체를 펼쳐 보인다면, WMV는 단일 라인에 집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라인을 담을 건물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지었다.
VISVIM GENERAL STORE — 팔기보다 보여주는 곳

WMV 바로 뒤편, 2022년 7월 16일 GALLERY와 함께 문을 연 공간이다. visvim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다양한 장인들의 작업으로 가득 찬 명상적 공간”을 표방한다. 옷과 신발을 팔긴 하지만, 그보다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에 무게를 둔다.
수공예 주석 카운터, 손으로 하나하나 물들인 가타즈리조메 후스마 도어, 장인이 꾸민 일본 정원 — 상품 진열대보다 작업 흔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세 매장 가운데 상업적 색채가 가장 옅은 곳이다. 자세한 공간 구성은 VISVIM GENERAL STORE 매장 페이지에 있다.
세 언어, 한 루트로
GYRE에서 브랜드 전체를 훑고, WMV에서 여성 라인이 어떤 공예 위에 서 있는지 보고, GENERAL STORE에서 그 공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순서로 걷다 보면, visvim이 왜 매장을 하나로 합치지 않았는지 짐작이 간다. 상업·라인·공예라는 세 겹은 애초에 한 공간에 담길 수 없는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