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타카하시는 자신의 브랜드를 이렇게 정의한다. “We make noise, not clothes.” 옷이 아니라 소음을, 정확히는 마찰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UNDERCOVER의 정체성과 연혁은 브랜드 페이지에 정리해뒀다. 이 글이 다루는 건 그 선언이 실제로 어떻게 옷과 매장으로 옮겨지는가다. SSENSE는 이 브랜드를 두고 “Supreme과 샤넬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합쳐진 뒤 도쿄 언더그라운드를 주사한 것 같다”고 적었다. 스트리트웨어의 정점과 하이패션의 정점을 나란히 놓는 이 묘사는 과장이 아니다. 지금도 이 브랜드가 컬렉션과 협업 목록을 굴리는 방식이 그렇다.


방법론으로서의 펑크

타카하시에게 펑크는 장르가 아니라 방법이다. 섹스 피스톨즈와 더 클래시에게서 배운 건 사운드가 아니라 태도 — 기존 질서에 마찰을 일으키는 법이었다. 스트리트와 오트쿠튀르를 가르는 건 대개 관습이지 소재나 가격이 아니다. UNDERCOVER는 프린트 티셔츠와 격식 있는 드레스를 같은 시즌 룩북에 나란히 걸어 그 관습을 계속 허문다.

UNDERCOVER 그래픽 스웨트셔츠와 팬츠 — 'ALL TWISTED PEOPLE' 슬로건이 새겨진 룩
본선 라인의 그래픽 룩 — 브랜드명과 슬로건을 전면에 세운다

두 개의 뿌리, 같은 시기

이 애매함은 최근에 만들어진 포지셔닝이 아니라 브랜드가 시작된 방식 자체에 있다. 문화복장학원에 다니던 1990년 타카하시는 UNDERCOVER를 시작했고 1993년에는 니고와 함께 하라주쿠에 NOWHERE를 열며 우라하라 씬의 핵심에 섰다 — Supreme 쪽 뿌리다. 그런데 하이패션 쪽 뿌리도 정확히 같은 시기에 자란다. 레이 가와쿠보가 그의 초기 컬렉션에서 MA-1 봄버 재킷을 사며 지지자가 됐고 그 인연은 2002년 꼼데가르송의 지원 아래 선 파리 패션위크 데뷔로 이어졌다. 우라하라의 지하와 파리의 무대 — 이 둘은 UNDERCOVER가 스트리트에서 출발해 하이패션으로 ‘졸업’한 순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나란히 붙어 있던 두 축이다.

두 뿌리가 갈라지지 않고 나란히 자란 흔적은 지금도 매 시즌 반복된다. 파리 컬렉션은 꼼데가르송이 열어준 무대에서 시작해 지금도 매 시즌 그 캘린더를 따라가고 나이키와 함께 만드는 러닝 라인 갸쿠소(逆走, 2010년–)는 우라하라 시절부터 이어온 스니커·스포츠웨어 협업의 연장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한 적이 없다 — 졸업이 아니라 두 시계가 한 회사 안에서 계속 함께 돈다.

UNDERCOVER 스트라이프 가디건과 절제된 실루엣의 룩
같은 브랜드가 굴리는 또 다른 어휘 — 그래픽 대신 절제된 스트라이프와 테일러링

지금, 같은 화면 안에서

이 양쪽 걸치기는 지나간 히스토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카탈로그 구조이기도 하다. UNDERCOVER 공식 사이트의 메인 메뉴에는 브랜드 라인이 두 개 걸려 있다 — 파리 컬렉션을 매 시즌 발표하는 UNDERCOVER 본선과, 2016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부정기로 나오는 the Shepherd UNDERCOVER다. 셰퍼드는 타카하시가 “지금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형태로 옮긴 라인이라 불린다. 본선의 작가주의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과 달리 장식을 걷어낸 단순하고 베이식한 아이템이 중심이고 시즌 캘린더에도 묶이지 않는다. 이 라인을 소개한 기사는 “진수는 디테일에 있다”고 짚는다 — 실루엣을 단순화했다고 소재 마감이나 봉제까지 덜어낸 건 아니다. 같은 디자이너, 같은 회사가 완전히 다른 두 어휘를 동시에 굴리는 셈이다.

SPECIAL 카테고리에 지금 걸린 협업 로스터도 같은 그림이다 — OTW by Vans · OOFOS® · MEDICOM TOY · THIRD EYE BAG COLLECTION · FRGMT · THE NORTH FACE · nonnative · ANARCHY CHAIR. 스케이트, 아웃도어, 피규어, 목공예까지 업종이 제각각인 이름들이 한 메뉴 안에 나란히 걸려 있다. 그중 가장 멀리 벗어난 건 옷이 아니다. ANARCHY CHAIR는 1940년 창립한 목공예사 텐도모코와 만든 의자다. 텐도모코는 성형합판 기술을 일찌감치 실용화해 MoMA와 루브르가 작품을 영구 소장할 정도로 인정받은 공방이다. 그 등받이에 새긴 건 아나키즘의 상징 서클A다. 무정부주의 문양을 새긴 의자가 뉴욕 현대미술관에 걸리는 공방의 손으로 짜여 UNDERCOVER 온라인 스토어에서 팔린다. (참고로 사진작가 신디 셔먼과의 협업은 이 SPECIAL 목록이 아니라 홈페이지 최상단 배너에 따로 걸려 있다 — 2018년 봄·여름 여성복에서 시작해 2020년 봄·여름 파리 쇼에서 ‘Untitled Film Stills’ 자수로 다시 등장했고, 지금은 26AW 배너로 갱신됐다.) 목공예 명가가 계절 없는 서브라인 옆에, 파리 프리컬렉션이 스니커 협업 옆에 걸려 있는 한 화면 — 타카하시가 말한 ‘마찰’은 과거형 선언이 아니라 지금도 갱신되는 카탈로그다.


실물로 확인하는 곳

실물은 미나미아오야마의 아오야마 본점에서 가장 온전히 볼 수 있다. 1층은 여성 라인, 지하 1층은 남성 라인으로 나뉘고 남성층은 2024년 6월에 리뉴얼해 다시 열었다. 매장 설계에는 타카하시가 직접 관여했다 — 본선과 셰퍼드가 카탈로그 메뉴에서 갈라지는 것처럼, 층 단위로도 라인을 나누는 셈이다.

본점을 벗어나면 형태 자체가 달라지는 자리도 있다. 시부야PARCO 2층의 NOISE LAB 시부야파르코는 브랜드가 남의 건물 안에 자기 공간을 통째로 들여놓은 인숍이다 — 전용 전화선을 따로 두고 매일 11시부터 21시까지 연다.

NOISE LAB 시부야파르코 매장 파사드 — 유리와 철망 구조에 붉은 카펫, CHAOS 네온사인과 CLOTHES 입체 사인이 보인다
NOISE LAB 시부야파르코 — PARCO 2층에 들어선 UNDERCOVER 인숍 파사드

본점에서 오모테산도·하라주쿠 쪽으로 걸어 나가면 취급처가 이어진다. 그중 긴자의 Dover Street Market은 앞서 나온 이름과 다시 만나는 자리다 — 레이 가와쿠보가 “아름다운 혼돈”이라 부르며 만든 이 편집 매장은 타카하시의 초기 MA-1을 사들이며 그와 인연을 맺은 바로 그 디자이너의 공간이다. 꼼데가르송 본선과 세계 각지 신진 디자이너를 층마다 섞어놓는 이곳의 방식은 UNDERCOVER가 한 브랜드 안에 두 어휘를 붙여놓는 방식과 멀지 않다.

Dover Street Market Ginza 매장 내부
Dover Street Market Ginza — 레이 가와쿠보가 만든 편집 매장으로, UNDERCOVER를 포함한 여러 라인을 취급한다
UNDERCOVER 취급 여섯 곳이 하라주쿠·오모테산도·미나미아오야마에 모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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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재고, 시즌 구성은 매장마다 다르고 자주 바뀌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