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시타파크에서 스크램블스퀘어까지는 도보 5분 남짓, 약 800미터다. 그 사이 진난 사거리와 PARCO를 낀 코어 구역에 성격이 전혀 다른 편집숍들이 겹쳐 있다. 일본 각지의 공예를 되파는 곳, 스나키텍처가 대리석으로 지은 스트리트 플래그십, 옷의 두 번째 삶을 거래하는 빈티지 매장이 걸어서 닿는 거리 안에 모여 있다.

여기서 걸음을 조금 더 옮기면 결이 다시 갈라진다. 요요기우에하라와 모토요요기초 쪽, 코어에서 도보 20분 안팎 떨어진 서편에 아메카쥬 워크웨어와 소재 중심 편집숍이 따로 자리를 잡았다. 시부야역 인근의 속도감과는 다르게, 한 골목 벗어난 만큼 차분해진 결이다.

시부야가 한때 “패션의 성지”로 불리다 코로나 시기 여러 셀렉트숍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도 진난 사거리를 축으로 한 코어는 여전히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매장을 열고 싶어 하는 곳이다. PARCO와 미야시타파크, 스크램블스퀘어 같은 상업시설이 편집숍을 한데 모아놓은 덕이기도 하고, “같은 브랜드라도 진난점 판매원은 다른 지점과 격이 다르다”는 말이 나올 만큼 브랜드마다 공을 들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코어와 서편을 순서대로 걷기보다, 결이 다른 여섯 갈래로 끊어 보는 편이 시부야를 읽기 쉽다.


일본을 되파는 시선

BEAMS JAPAN — 미국을 팔던 가게가 일본을 판다

BEAMS JAPAN 시부야점 외관 — 가나자와 장인이 금박을 붙인 커스텀 차양
BEAMS JAPAN 시부야 — 도큐플라자 시부야 2층

미국 문화를 소개하던 BEAMS가 방향을 뒤집어 일본을 큐레이션하는 라인이다(1976년 하라주쿠 시작→BEAMS JAPAN). 시부야점은 2019년 12월 시부야역 서쪽 출구 앞 도큐플라자에 문을 열었다. 그 전환의 맥락은 BEAMS JAPAN 시부야 매장 페이지에 적어뒀다.

반세기 만에 시선이 뒤집힌 가게다. 이 코어의 편집 감각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짚어보기에 좋은 자리다.


아메카쥬 워크웨어의 본진

LOFTMAN TOKYO — 브랜드가 아니라 색으로 진열하는 곳

LOFTMAN TOKYO 요요기우에하라 매장 외관 — 관서 대표 셀렉트숍의 첫 도쿄 거점
LOFTMAN TOKYO — 요요기우에하라

1976년 교토에서 창업한 관서 대표 셀렉트숍이 2021년 처음 낸 도쿄 거점이다. 아메카쥬와 아웃도어를 축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진짜”를 골라낸다는 관서 본점의 원칙은 그대로 가져오되, 도쿄 매장은 더 압축하고 정제했다. 품목이 아니라 색감과 무드 순으로 옷을 늘어놓는 점이 다른 셀렉트숍과 갈린다. 취급 브랜드와 오리지널 별주 라인은 LOFTMAN TOKYO 매장 페이지에 정리해뒀다.

Pilgrim Surf+Supply TOKYO — 브루클린의 눈으로 거른 서프·아웃도어

Pilgrim Surf+Supply TOKYO 진난 매장 — 서프·아웃도어 문화를 거른 큐레이션
Pilgrim Surf+Supply TOKYO — 진난

2012년 브루클린 윌리엄즈버그에서 문을 연 편집숍이 2015년 비암스와 손을 잡으며 진출한 도쿄 거점이다. 서프와 아웃도어 문화를 이스트 코스트 미국 감성으로 걸러낸다는 편집 방향은 여기서도 그대로다. 취급 라인업은 Pilgrim Surf+Supply TOKYO 매장 페이지에 있다.

Trophy General Store — 시부야에서 만드는 워크웨어

Trophy General Store 매장 — Dirt Denim 특유의 질감이 드러나는 워크웨어 진열
Trophy General Store — 시부야구 히가시

2005년 창립한 TROPHY CLOTHING의 직영 플래그십이다. 유명 빈티지 브랜드를 복각하는 대신 거의 잊힌 소규모 지역 워크웨어를 원천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른 아메카쥬 매장과 갈라선다. 시그니처 원단 ‘Dirt Denim’을 비롯해 원단부터 재봉까지 전 공정을 일본 국내에서 만든다. 브랜드 배경은 Trophy General Store 매장 페이지에서.

LOFTMAN과 Pilgrim이 미국 워크웨어·아웃도어를 편집자의 눈으로 골라온다면, Trophy는 아예 그 원단을 시부야에서 직접 짠다. 같은 아메카쥬 결이라도 도달점이 다르고, 자리도 갈린다 — Pilgrim은 진난 코어에, Trophy는 코어에서 조금 걸어야 하는 시부야구 히가시에, LOFTMAN은 가장 먼 요요기우에하라 서편에 있다.


상업시설이 지은 스트리트·컨템포러리

KITH Tokyo — 스나키텍처가 지은 대리석 플래그십

KITH Tokyo 미야시타파크 매장 — 에어포스1 실루엣이 부조된 아치 천장과 모자이크 타일 벽
KITH Tokyo — 미야시타파크 1·2층

2020년 7월 미야시타파크에 문을 연 KITH의 첫 해외 플래그십이다. 건축 스튜디오 스나키텍처가 설계했고, 파사드는 헤링본 패턴의 카라라 마블 타일로 마감했다. 입구 아치 천장을 가득 채운 흰 나이키 에어포스1은 이 매장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공간 설계와 브랜드 배경은 KITH Tokyo 매장 페이지에 있다.

THE TOKYO — 교차로를 내려다보는 일본 브랜드 편집숍

THE TOKYO 시부야 스크램블스퀘어 4층 매장 — 스크램블 교차로가 내려다보이는 창가
THE TOKYO — 시부야 스크램블스퀘어 4층

TOKYO BASE(STUDIOUS 모회사)가 운영하는 일본 브랜드 전문 편집숍이다. “감도 높은 일본 브랜드만 취급한다”는 원칙 아래 White Mountaineering·NEEDLES 같은 컨템포러리 레이블을 모아 놓는다. 스크램블스퀘어 4층, 스크램블 교차로가 내려다보이는 자리다. 자세한 취급 브랜드는 THE TOKYO 매장 페이지에서.

UNITED ARROWS & SONS — 스트리트와 드레시를 한 공간에

UNITED ARROWS & SONS 시부야 PARCO 매장 — 스트리트와 클래식 드레시 구성이 나뉜 공간
UNITED ARROWS & SONS — 시부야 PARCO 3층

UNITED ARROWS 그룹 안에서 Motofumi ‘Poggy’ Kogi가 구심점이 되어 만든 스트리트 컬처 중심 컨셉 스토어다. “세대를 거쳐 이어져온 품질 위에 스트리트 문화를 얹는다”는 개념대로, 매장 전반부는 모던한 스트리트, 후반부는 클래식한 드레시로 나뉜다. 브랜드 정체성은 UNITED ARROWS & SONS 매장 페이지에 있다.

KITH가 스트리트 문화를 건축으로 밀어붙인다면, THE TOKYO와 UNITED ARROWS & SONS는 상업시설 안에서 일본 컨템포러리와 스트리트-드레시 경계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결을 지운 소재의 공간

CIOTA TOKYO — 오카야마 원단을 직접 만져보는 도쿄 거점

CIOTA TOKYO 매장 내부 — 소재 중심 베이직 라인 진열
CIOTA TOKYO — 모토요요기초

오카야마 팩토리 브랜드 CIOTA의 도쿄 직영 플래그십이다. 2021년 문을 열었고, 소재 중심의 베이직 라인 전체를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도쿄 내 대표 거점이다. 브랜드 배경은 CIOTA TOKYO 매장 페이지에서.

style department_ — 옷을 사지 않아도 들를 이유가 있는 공간

style department_ 매장 — 머무를 자리를 곳곳에 둔 공간
style department_ — 카미야마초

STILL BY HAND와 kontor를 만드는 회사가 2020년 카미야마초에 연 직영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 옷과 옷이 조화한다”는 모토대로 매장 곳곳에 머무를 자리를 뒀고, 영화 상영회나 워크숍처럼 옷을 사지 않아도 들를 이유를 만들어둔다. 자세한 배경은 style department_ 매장 페이지에 있다.

두 곳 다 소재나 태도로 옷을 편집한다는 점에서 진난 사거리의 브랜드 격전과는 결이 다르다. style department_는 코어 경계인 카미야마초에, CIOTA는 그보다 더 걸어야 하는 모토요요기초 서편에 있다 — 걸음을 옮길수록 시부야의 온도가 차분해진다는 걸 이 두 곳이 보여준다.


되돌아온 것들

RAGTAG 시부야 — 옷의 두 번째 삶을 거래하는 곳

RAGTAG 시부야점 내부 — 아치형 행거 구조로 이어지는 브랜드 중고 셀렉션 층
RAGTAG 시부야 — 진난

1985년 창업한 브랜드 중고 셀렉트숍 RAGTAG의 시부야 플래그십이다. RAGTAG 점포 중 최대급 규모로,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브랜드 중고 의류와 액세서리를 취급하고 3층은 매입 카운터와 카페로 쓴다. 층별 구성과 거래 방식은 RAGTAG 시부야 매장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새 컬렉션을 사고파는 편집숍들 옆에서, RAGTAG는 이미 한 번 팔린 옷이 다시 도는 자리를 맡는다. 시부야의 편집 감각이 신상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이 매장이 보여준다.


이 여섯 갈래, 한 루트로

일본을 되파는 BEAMS JAPAN, 대리석으로 지은 KITH의 플래그십, 옷의 순환을 맡는 RAGTAG는 도보 5분 안팎의 코어에 겹쳐 있다. 원단부터 직접 짜는 Trophy General Store는 코어에서 한 걸음 더 걸어야 하는 자리에, 색으로 옷을 진열하는 LOFTMAN과 오카야마 소재를 만져보는 CIOTA는 요요기우에하라·모토요요기초 서편에 있다. 이 거리 차이가 시부야를 다른 권역과 구분 짓는다 — 밀집한 코어와 갈라지는 서편, 어느 쪽을 먼저 만나고 싶은지가 이 동선의 기준이다.

시부야 편집숍 10곳 동선 빌더 화면 — BEAMS JAPAN·LOFTMAN·Pilgrim·Trophy·KITH·THE TOKYO·UNITED ARROWS & SONS·CIOTA·style department·RAGTAG 마커
시부야 편집숍 10곳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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