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RTH FACE라는 이름은 미국 브랜드다. 196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등산 장비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의 기준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THE NORTH FACE PURPLE LABEL은 이 미국 브랜드가 만든 게 아니다. 정확히는, 만들긴 하되 미국에서 팔지 않는다. 일본에서만 판다. 미국 브랜드 이름을 달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살 수 없는 라인, 이 역설이 Purple Label의 출발점이다.
이 라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도쿄 안에서 어떻게 다른 얼굴로 진열되는지를 따라가 본다.
삼각관계 — TNF, 골드윈, 나나미카
일본 아웃도어 기업 골드윈(Goldwin)은 1978년 The North Face의 일본 내 라이선스를 따냈다. 원래 뜨개 공장으로 출발해 스포츠웨어 제조사로 몸을 바꾼 회사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하나를 통째로 일본에서 전개할 권리를 쥔 것이다.
2003년, 골드윈에서 오래 일한 홈마 에이이치로(Eiichiro Homma)가 나나미카를 창립했다. 같은 해 THE NORTH FACE PURPLE LABEL도 첫선을 보였다. 골드윈이 라이선스를, 나나미카(정확히는 홈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는 구조다. 두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창립 배경은 THE NORTH FACE PURPLE LABEL 브랜드 페이지와 nanamica 브랜드 페이지에 정리해뒀다.
일본 한정 전개는 지금도 이어진다. 확장 대신 밀도를 택한 셈이고, 그 밀도가 일본 밖에서 이 라인을 컬트에 가까운 지위로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아이비 클래식 × 기술 소재 — 왜 이 조합인가
나나미카의 접근은 단순하다. 아웃도어 기능 소재를 기본값으로 두고 그 위에 클래식한 형태를 입힌다. Purple Label은 이 접근을 The North Face 하나의 기술 소재로 좁혀 집중한 버전에 가깝다.
이 조합이 가능한 건 소재 접근성 덕분이다. 골드윈은 기술 아웃도어 소재를 다른 브랜드보다 먼저 손에 넣을 수 있고, Purple Label은 그 관계 위에서 소재를 조달한다. 디자인은 나나미카가, 소재 우위는 골드윈이 떠받치는 구조다.
무엇을 봐야 하나 — 시그니처 아이템과 소재
브랜드 페이지에는 철학과 히스토리를 정리해뒀지만, 매장에서 정작 무엇을 눈여겨봐야 하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Purple Label을 Purple Label이게 하는 아이템과 소재 몇 가지를 짚어본다.
65/35 마운틴 파카 — 라인의 원형
폴리에스터와 코튼을 65대 35로 섞은 혼방 원단, 이른바 ‘65/35 클로스’를 쓴 마운틴 파카다. The North Face의 오리지널 마운틴 파카를 아카이브 삼아 다시 그린 실루엣으로 알려져 있고, 색과 디테일을 바꿔가며 여러 시즌에 걸쳐 꾸준히 다시 나온다. Purple Label 룩북과 에디토리얼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라, 이 라인을 처음 만난다면 참고할 만한 기준점이다.
필드 재킷·필드 셔츠·마운틴 후드 셔츠 — 반복되는 형태
nanamica 공식 라인업에는 마운틴 파카 외에도 필드 재킷, 필드 셔츠, 마운틴 후드 셔츠 같은 이름이 계속 반복된다. 아웃도어 워크웨어의 형태를 가져와 도시에서 입을 수 있는 비율로 다시 재단하는 방식이 여기서도 그대로다. 소재는 나일론 립스탑 계열이나 방수 가공 원단이 주로 쓰인다.
GORE-TEX 계열 소재 — 시즌마다 바뀌는 재해석
기술 소재 쪽은 고정돼 있지 않다. GORE-TEX Infinium과 Windstopper를 결합한 플리스 재킷이 나온 적도 있다. 같은 실루엣이라도 어떤 소재를 입히느냐에 따라 도시용에 가까워지기도, 필드용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다만 이런 소재 조합은 시즌마다 바뀌므로 방문 전 확인이 원칙이다.
그래서 도쿄 어디서 보나 — 진열이 갈리는 자리들
이 라인은 일본에서만 만들어진다. 도쿄 안에서는 nanamica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축으로, 이세탄 신주쿠 같은 백화점과 UNION TOKYO를 비롯한 도쿄 곳곳의 감도 편집숍이 함께 다룬다. 같은 라벨을 걸어도 진열 맥락은 매장마다 다르고, 재고와 시즌 구성은 방문 전 확인이 원칙이다. 그중 진열 성격이 뚜렷하게 갈리는 네 곳을 짚어본다.
nanamica MOUNTAIN, 다이칸야마 — 라벨의 중심 거점
nanamica 매장 중 스포츠·아웃도어 계열에 특화한 곳으로, Purple Label이 매장 구성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 라인을 처음 만난다면 첫 방문지로 삼을 만하다. 공간 정보는 nanamica MOUNTAIN 매장 페이지 참고.
nanamica 다이칸야마 — 브랜드 세계관 전체
MOUNTAIN 인근의 나나미카 본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Purple Label은 여기서 브랜드 전체 라인업 중 한 축으로 놓인다. MOUNTAIN이 이 라인을 전면에 세운 특화 매장이라면, 본점은 나나미카 세계관 안에서 Purple Label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는 자리다. 매장 정보는 nanamica 다이칸야마 매장 페이지 참고.
이세탄 신주쿠 멘즈관 — 컨템포러리 편집의 맥락
신주쿠 이세탄 멘즈관 6층 ‘멘즈 크리에이터스’ 플로어에는 AURALEE, NEEDLES, ANCELLM, Maison MIHARA YASUHIRO 같은 이름이 함께 놓인다. Purple Label도 이 라인업 안에 들어 있다. 아웃도어 매장이 아니라 컨템포러리 남성복 편집 플로어라는 점이 앞의 두 곳과 다르다. 여기서 Purple Label은 ‘아웃도어 장비’보다 ‘컨템포러리 남성 패션의 한 축’으로 읽힌다. 매장 정보는 이세탄 신주쿠 멘즈관 매장 페이지 참고.
THE TOKYO 시부야 — 일본 브랜드 편집숍의 맥락
TOKYO BASE가 운영하는 THE TOKYO는 일본 브랜드만 취급하는 편집숍이다. Purple Label은 White Mountaineering, NEEDLES 같은 이름과 함께 이곳 취급 목록에 들어 있다. 이세탄이 컨템포러리 남성복이라는 필터로 이 라인을 세운다면, THE TOKYO는 ‘일본 브랜드’라는 국적 축으로 다시 묶는다. 미국 이름을 단 채 일본 브랜드로 분류되는 자리인 셈이다. 매장 정보는 THE TOKYO 시부야 매장 페이지 참고.
짚은 네 곳을 가로지르며 보이는 것
같은 라벨인데 매장 성격에 따라 진열이 갈린다. nanamica MOUNTAIN은 Purple Label을 정중앙에 놓고, 본점은 나나미카 세계관 안 한 축으로 다룬다. 이세탄은 컨템포러리 남성복이라는 필터로, THE TOKYO는 일본 브랜드라는 국적 필터로 이 라인을 다시 읽는다. 브랜드 하나가 매장 성격에 따라 아웃도어 장비도 되고, 시즌 트렌드 피스도 되고, 메이드 인 재팬 감도의 증거도 되는 셈이다.
여기서 짚은 네 곳은 그 다양한 진열 방식 중 성격이 뚜렷한 사례일 뿐이다. UNION TOKYO를 비롯해 도쿄 안에서 이 라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이보다 더 많고, 이 라인은 지금도 일본 시장에만 머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