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아니라 편집자. 시게마쓰 카즈마는 자기 브랜드를 그렇게 부른다. A.PRESSE 이야기는 이 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옷을 새로 창조하는 대신, 이미 있던 좋은 옷을 다시 골라 짜 맞추겠다는 선언이니까.

2021년 도쿄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4년 만에 2025년 하입비스트 100에서 올해의 신규 브랜드로 뽑혔다. 매장은 도쿄와 교토 두 곳뿐이고 온라인 직영몰도 없다.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톡리스트는 늘었고, 업계 안에서 이름이 돌기 시작했다.


편집자라는 정체성

A.PRESSE의 브랜드 정체성·히스토리는 A.PRESSE 브랜드 페이지에 정본으로 정리돼 있다. 여기서는 아티클의 각도 — 편집자라는 자기규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 에 필요한 맥락만 짚는다.

시게마쓰가 말하는 “편집”은 수사가 아니라 작업 구조다. 하입비스트 매거진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옷을 편집하는 편집부라고 본다”며, 디렉터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창작자가 논의를 거쳐 아이템을 확정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HOUYHNHNM 인터뷰(2021)에서는 “이 브랜드의 강점은 세계관이 없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개인의 색을 지우고, 이미 검증된 실루엣 — 20세기 중반 워크웨어와 밀리터리, 아메카지 — 을 출발점 삼아 소재와 마감만 다시 짠다.

이 방법론이 나온 배경(이전 경력·창업 시점)은 브랜드 페이지에 정리돼 있으니 넘어간다. 창업 동기를 두고 시게마쓰가 한 말만 옮겨둔다. Highsnobiety 인터뷰에서 그는 “정보도 너무 많고 영향도 너무 많다. 사람들은 상징적이고 단순하며 잘 만든 무언가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다른가 — 빈티지를 소재로 번역하기

A.PRESSE가 하는 일은 얼핏 복각처럼 보인다. 코치 재킷, 워크 셔츠, 밀리터리 팬츠 — 형태 자체는 새롭지 않다. 갈리는 건 실행이다. 시게마쓰는 Highsnobiety에 “우리 스타일은 매우 뚜렷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방식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원단은 가죽만 빼고 전량 일본에서 개발한다. 소재 가공 방식은 브랜드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요지는 이렇다. 고급 원단에 일부러 손 많이 가는 공정을 걸어, 세월이 지난 듯한 질감을 미리 만들어 넣는다. 기계로 한 번에 찍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시게마쓰가 말한 “쉽지 않은 제작 방식”이 여기서 나온다.

하입비스트 100 선정 기사에서 Union LA의 크리스 기브스는 A.PRESSE의 핏을 짚었다. “핏이 정말 뛰어나다. 모든 게 완벽하게 맞고 흘러내린다”는 평이다. 빈티지 무드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착용감은 현대적인 패턴으로 다시 계산했다는 얘기다.


직영점 — 진구마에 지하 한 층

A.PRESSE 국내 첫 직영 플래그십은 도쿄 시부야구 진구마에 B1F에 있다. 지상이 아니라 지하를 택한 것부터가 브랜드의 태도다. 화려하게 드러내기보다, 찾아오는 사람에게만 조용히 열리는 공간이다.

A.PRESSE 진구마에 직영점 — 지하 매장 입구와 워크웨어 기반 컬렉션 진열
A.PRESSE 진구마에 B1F 직영점

직영점은 도쿄와 교토 두 곳뿐이고, 브랜드 자체 온라인 판매도 하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직영 채널 얘기다. 해외 편집숍을 통한 판매는 따로 넓어지고 있다. 하입비스트 매거진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 쪽은 Union LA와의 협업을 발판으로 2024년부터 시장을 넓혔다.

매장 수·직영 온라인 여부는 취재 시점 기준이라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스톡리스트 확대 폭 같은 세부 수치는 브랜드 페이지에 있다. 방향만 보면, 매장을 늘리는 대신 취급처를 신중하게 고르는 쪽이다.


어디서 만날 수 있나 — 도쿄 편집숍 루트

직영점 외에 도쿄 편집숍에서도 A.PRESSE를 만날 수 있다.

COVERCHORD 나카메구로 — 의식주여 컨셉의 편집숍 내부, A.PRESSE 취급
COVERCHORD 나카메구로

COVERCHORD 나카메구로 (매장 페이지)는 옷부터 생활잡화까지 하나의 미감으로 엮는 편집숍이다. A.PRESSE는 워크웨어·아메카지 계열 셀렉션에 들어가 있다.

LOFTMAN TOKYO (매장 페이지)는 관서 대표 셀렉트숍의 도쿄 거점으로, Patagonia·Engineered Garments·Needles 같은 브랜드와 나란히 A.PRESSE를 다룬다. 품목이 아니라 색감과 무드로 진열하니, 다른 브랜드와 섞인 자리에서 A.PRESSE 특유의 톤을 가늠해보기 좋다.

두 곳 다 A.PRESSE 단독 컬렉션이 아니라 큐레이션의 일부로 만난다. 직영점과는 다른 맥락에서 브랜드를 읽을 수 있는 셈이다.


무엇을 봐야 하나 (에버그린 시그니처)

가격·재고는 매장에서 직접 봐야 한다. 시즌마다 라인업이 바뀌니, 여기서는 A.PRESSE를 처음 보는 사람이 눈여겨볼 카테고리만 짚는다.

아우터 — 코치 재킷과 봄버 재킷이 브랜드의 얼굴에 가깝다. 밀리터리 원형을 실크나 울 같은 고급 소재로 다시 푼 쪽이 특히 반응이 좋다.

가죽 아이템 — 트러커 재킷과 벨트에 가죽을 쓴다. 다른 원단은 전량 일본산인데 가죽만큼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소재 원칙에서 눈에 띄는 예외다.

팬츠·셔츠 기본 라인 — 겉보기엔 평범한 워크 셔츠·팬츠지만, 시게마쓰가 강조하는 “만드는 방식의 어려움”이 가장 잘 드러난다. 스티칭과 원단 마감을 가까이서 보길 권한다.


왜 지금 봐야 하나

A.PRESSE는 화려한 캠페인이나 콜라보로 큰 브랜드가 아니다. 매장을 늘리지 않고 온라인 판매도 미루면서, 입소문만으로 스톡리스트를 넓혀왔다. 그 방식이 2025년 하입비스트 100의 인정으로 이어졌다.

시게마쓰가 하입비스트 매거진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이 브랜드를 가장 잘 요약한다. “우리가 만드는 건 지금 이 순간에 갇혀선 안 된다. 시간을 초월해야 한다.” 유행을 좇는 대신 이미 검증된 형태를 정교하게 다시 짜는 것 — 그 결과가 궁금하다면 진구마에 지하로 내려가거나, 나카메구로·요요기우에하라의 편집숍 진열대 사이에서 A.PRESSE를 찾아보면 된다.

A.PRESSE 진구마에 직영점: 도쿄 시부야구 진구마에 2-5-4 B1F / 가이엔마에역에서 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