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패션 동네라고 불리는 곳은 여럿이다. 하라주쿠는 시끄럽고, 다이칸야마는 유럽풍 분위기가 강하다. 나카메구로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정확히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메구로강 양쪽으로 구 주택들을 개조한 매장들이 흩어져 있다. 강폭은 좁고, 간판도 작다. 그런 동네에 visvim의 복합 단지가 들어서고, 2021년에는 JIEDA가 플래그십을 열었고, 2023년에는 구 vendor가 COVERCHORD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빠르게 변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멈춰 있지도 않다.
이 동네에는 두 개의 결이 교차한다. 하나는 도메스틱 장인성의 회로 — 소재와 봉제를 처음부터 다시 쓰는 브랜드들. 다른 하나는 유럽 아방가르드와 도쿄 언더그라운드의 회로 — 모드의 농도가 다른 셀렉션. 두 흐름이 한 블록 안에서 교차한다. 그게 나카메구로의 구조다.
도메스틱 장인성의 회로
PHIGVEL — 워크웨어의 재조립

PHIGVEL의 직영 공간 ‘PROD’는 2014년 문을 열었다. 히가시노 히데키 디렉터가 설계한 공간 — 흰 벽에 목재 바닥, 무게감 있는 빈티지 기구들. 브랜드 정체성은 PHIGVEL 매장 페이지에 있다.
클래식한 워크·밀리터리 폼을 소재와 봉제 단계에서부터 다시 쓴다. 그 결과물이 행거에 걸려 있다. 시즌 아이템과 상시 기본 라인이 섞여 있는데, 어떤 게 어디에 속하는지 스태프에게 물어보면 거기서부터 대화가 풀린다.
COVERCHORD — 메구로강변의 새 이름

2023년 7월 구 vendor(ヴェンダー)를 리뉴얼해 문을 열었다. 높은 천장, 넉넉한 진열 간격.
취급 브랜드 목록은 COVERCHORD 매장 페이지에 있다. ‘의식주여(衣食住旅)‘라는 말이 간판처럼 붙어 있다. AURALEE, nonnative, COMOLI 같은 도메스틱 주요 레이블에 생활잡화, Aeta·ayame·Hender Scheme 같은 일본 액세서리 브랜드가 한 미감 안에 섞여 있다.
별주(스페셜 오더) 아이템이 잦은 편이라 브랜드 공식 온라인에서는 찾기 어려운 COVERCHORD 한정 피스가 돌아다닌다. 당기는 게 있으면 시즌 한정인지 물어보자.
visvim 복합 단지 — 같은 주소, 두 세계

아오바다이 1-22, 세 채의 구 주택이 이어진 블록이 visvim의 나카메구로 복합 거점이다.
WMV VISVIM TOKYO: visvim 여성 라인 WMV의 도쿄 플래그십. 1970년대 민가를 개조한 공간이다. 내부 구성은 WMV 매장 페이지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패브릭이나 가구보다 공간 자체가 먼저 말을 건다.

VISVIM GENERAL STORE: 바로 뒤편이다. 상품을 진열한 공간이라기보다 장인들의 작업이 모인 곳에 가깝다. 왜 그런지는 VISVIM GENERAL STORE 매장 페이지에 적어뒀다.
두 채를 오가며 서로 다른 결의 공간을 비교하다 보면 시간이 꽤 든다.
Markaware — 소재를 먼저 읽는 곳

이 회로에서 가장 조용하게 자기 언어를 쓰는 곳이다. 브랜드 정체성은 Markaware 매장 페이지에 있다.
옷을 손에 들기 전에 소재 태그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원료·염색·봉제 출처가 적혀 있다. 그걸 읽고 나면 옷이 달리 보인다. 커피도 판다.
유럽 아방가르드·도쿄 언더그라운드의 회로
THE GALLERY BOX — 모드와 언더그라운드의 교차점
강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온 THE GALLERY BOX nakameguro. 2021년 8월 8일, 구 V-STELLA를 리뉴얼한 매장이다.
취급 브랜드와 매장 이력은 THE GALLERY BOX 매장 페이지에 있다. 루트에서 공기가 가장 크게 꺾이는 지점이 여기다. Maison Margiela, Vetements, READYMADE, 베를린 아트 패션 매거진 032c. 도메스틱 장인성의 회로에서 유럽 아방가르드·도쿄 언더그라운드의 회로로 갈아끼우는 느낌이다. 같은 건물 지하에는 DIET BUTCHER 플래그십이 있다.
씬을 만든 원점
1LDK — 이 씬의 출발점

1LDK는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편집숍이자, 지금 나카메구로 씬을 형성한 생태계의 원점이다. 2008년 8월 디렉터 미나미 다카유키가 열었다. 정체성과 히스토리는 1LDK 매장 페이지에 있다.
길 건너에는 1LDK apartments.(레이디스 라인 중심)와 카페 Taste AND Sense가 병설돼 있다. UNIVERSAL PRODUCTS 같은 자체 브랜드와 엄선된 해외 셀렉션이 공존한다.
SO NAKAMEGURO — 매장 겸 숙소, 60년 고민가

SO NAKAMEGURO는 편집숍과 호스텔을 한 건물에 담은 복합 공간이다. 1층이 쇼핑, 1.5층 다이닝, 2~3층이 숙박. 1LDK 계열 디렉터 미요시가 2018년 11월 기획했다. 60년 넘은 고민가를 리노베이션한 터라 계단 경사와 천장 높이가 층마다 다르다.
셀렉션은 1LDK 본점과 겹치지 않게 독자적으로 짜여 있고, 익스클루시브 아이템과 해외 소규모 브랜드가 위주다. 공간 정체성은 SO NAKAMEGURO 매장 페이지 참고.
1LDK에서 파생된 공간이 독자적 목소리를 찾아나간 궤적 — 그게 SO NAKAMEGURO가 이 씬에서 갖는 위치다.
JIEDA — 플레이풀과 어덜트 사이

흰 콘크리트 외벽, 천장까지 올라오는 유리창, 서스펜드 레일 두 개.
2021년 9월 4일 나카메구로에 처음 독립 플래그십을 낸 브랜드다. JIEDA의 정체성과 디자이너 히스토리는 JIEDA 매장 페이지에 정리돼 있다. 이 매장은 90년대 레트로 스트리트웨어와 테일러링이 한 행거에 나란히 걸린 풍경 그 자체다. “성인이 입을 수 있는 플레이풀함”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옷걸이에서 읽힌다.
소규모 직영 공간이라 Bang & Olufsen Beoplay A9가 유일한 장식처럼 놓여 있다. 2018년 도쿄패션어워드 수상, 2019년 도쿄 컬렉션 런웨이 데뷔 브랜드다.
이 아홉 매장, 한 루트로
나카메구로의 두 결 — 도메스틱 장인성과 아방가르드 언더그라운드 — 은 한 동네에 있지만 같은 회로는 아니다. 그 간격을 몸으로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이 루트를 직접 걷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