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tter는 도쿄 편집숍·빈티지 큐레이션 가이드입니다. 백화점, 하이엔드 브랜드 등 큐레이션 범위 외 정보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정보만 다루고 있습니다.
르메르의 본사는 파리 플라스 데 보주에 있다. 유행을 좇기보다 오래 입을 옷을 만든다는 원칙이 이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이다. 옷장을 시즌 단위로 끊지 않고 이어지는 컬렉션의 연속으로 보는데, 이런 모듈식 접근이 핵심이어서 계절이나 트렌드와 상관없이 서로 맞춰 입을 수 있는 실루엣을 지향한다. 원단은 주로 유럽과 일본에서 들여오고, 전통적인 봉제·가공 기법으로 옷을 짓는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린 트란은 파리다움을 어떤 정해진 이미지로 신화화하기보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거리의 태도가 뒤섞이는 지점에 관심을 둔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래서 옷은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여유 있는 구성과 절제된 실루엣으로 완성되고, 화려한 로고나 과시적인 디테일보다 은은한 완성도를 앞세운다.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은 뒤, 1991년 자신의 이름을 건 여성복 브랜드를 시작했다. 1995년에는 남성복 라인을 더했다. 브랜드는 2000년 활동을 잠시 멈췄다가, 2007년 파리 마레 지구 플래그십 부티크와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2010년 에르메스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했고, 같은 해 문학 출판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한 사라린 트란이 르메르의 공동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해 브랜드의 이미지와 방향을 함께 다듬어왔다. 2018년에는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르메르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며 자본 관계를 맺었다. 이와 별개로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유니클로 파리 R&D 센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도 일하고 있다. 지금 르메르는 파리 본사를 축으로 서울, 도쿄, 상하이, 베이징 등에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