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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철학·히스토리 / Philosophy & History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표면 장식이 아니라 재단과 구조로 몸과 옷의 관계를 재설계하는 데 주력한 쿠튀리에였다. 1955년 튜닉 드레스, 1958년 쉬미즈 드레스, 1959년 엠파이어 라인처럼 실루엣 자체를 다시 짜는 방식이었다. '장식보다 구조'라는 이 원칙은 이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온 축이다. 뎀나 바잘리아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하우스를 해체주의와 아이러니 쪽으로 급진적으로 틀었다. 후드티나 과장된 스니커즈 같은 스트리트웨어를 럭셔리 지위재로 끌어올렸고, 패션을 사회적 발언의 도구로 다뤘다. 2021년에는 크리스토발 사후 처음으로 그의 아카이브를 직접 참조해 오트쿠튀르를 부활시켰다. 2025년 7월 뎀나가 구찌로 자리를 옮기고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했다. 발렌티노에서 25년간 쌓은 로맨틱한 쿠튀르 장인정신이 배경이라, 도발보다 헤리티지 쪽으로 방향이 다시 기우는 국면이다. 2025년 10월 첫 컬렉션 이후의 구체적 방향성은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1919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하우스를 열었고, 스페인 내전을 계기로 1937년 파리로 거점을 옮겨 자리 잡았다. 1968년 그가 하우스 문을 닫았고 1972년 사망했다. 1986년 향수그룹 자크 보가르가 브랜드를 인수해 되살렸고, 2001년 현재의 모기업 케링(당시 PPR·구찌그룹)이 지배지분을 확보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1997–2012), 알렉산더 왕(2013–2015), 뎀나 바잘리아(2015–2025)를 거쳐 2025년 7월부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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